유레아는 보습 성분인데 왜 각질도 제거할까?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 역할
보습크림의 성분표에서 Urea(유레아·요소)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유레아는 오랫동안 피부과 영역에서 사용되어 온 성분입니다. 그런데 제품을 찾아보면 한쪽에서는 ‘고보습 성분’이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발뒤꿈치나 팔꿈치의 두꺼운 각질을 부드럽게 만드는 성분이라고 설명합니다. 같은 성분이 어떻게 정반대처럼 보이는 역할을 할까요? 유레아는 농도에 따라 피부에서 두드러지는 작용이 달라집니다. 낮은 농도에서는 주로 수분을 끌어당기고 유지하는 보습 작용을 하며, 농도가 높아지면 단단해진 각질을 부드럽게 하는 각질용해(keratolytic) 작용이 커집니다. 따라서 유레아 화장품은 단순히 ‘유레아가 들어 있다’는 사실보다 몇 %가 들어 있으며 어느 부위에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인지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한 피부 갈라짐이나 염증, 통증·진물 등이 있다면 전문 의료인에게 피부 상태를 확인하세요.
유레아는 원래 피부에도 존재
‘요소’라는 이름 때문에 피부에 바르기 꺼려진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장품과 피부과 외용제에 사용되는 유레아는 피부 각질층의 수분 유지에 관여하는 천연보습인자(NMF)의 구성 요소 중 하나입니다. 유레아는 물을 끌어당기는 흡습성을 가지고 있어 각질층이 적절한 수분을 유지하는 데 관여합니다. 피부가 심하게 건조해지면 단순히 표면이 푸석해지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각질이 정상적으로 떨어져 나가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아 거칠고 두꺼워질 수 있고 가려움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유레아가 건조하면서 각질이 많은 피부에 오래 사용되어 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낮은 농도에서는 ‘보습’이 중심
유레아의 특징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농도입니다. 문헌마다 구간을 조금씩 다르게 나누지만, 2021년 피부과학 리뷰에서는 대체로 2~10%의 저농도 유레아는 보습과 피부 장벽 기능을 돕는 용도, 10~30%에서는 보습과 함께 각질용해 작용이 커지고, 30% 이상에서는 강한 각질용해 목적으로 활용한다고 정리했습니다. 2018년 리뷰에서도 10% 이하에서는 주로 보습제로 작용하고 10%를 넘으면 각질용해 작용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이 숫자를 절대적인 경계선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완제품의 실제 작용과 자극감에는 유레아 농도뿐 아니라 제형과 함께 들어 있는 보습제·유분 등의 구성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농도가 높아지면 왜 각질이 부드러워질까?
높은 농도의 유레아는 각질층의 케라틴에 영향을 주어 단단하게 쌓인 각질을 느슨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각질용해 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유레아는 단순 건조 피부뿐 아니라 두꺼운 각질이 특징인 여러 피부 상태에서 오랫동안 활용돼 왔습니다. 고농도 유레아에 관한 임상 리뷰에서도 과각화가 있는 피부와 두꺼워진 손발톱 등의 관리에서 유레아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각질 제거’라는 표현 때문에 AHA나 BHA 같은 산 성분과 똑같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작용 방식은 다릅니다. 유레아는 수분을 증가시키면서 동시에 단단해진 케라틴 구조를 부드럽게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20%가 5%보다 좋은 제품일까?
그렇지 않습니다. 유레아는 함량이 높을수록 무조건 좋은 성분이 아니라 사용 목적에 맞는 농도를 선택해야 하는 성분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얼굴이나 넓은 부위의 일반적인 건조함을 관리하려는 목적과 발뒤꿈치처럼 각질이 매우 두꺼운 부위를 관리하려는 목적은 다릅니다. 15~30% 유레아를 검토한 연구에서도 이 농도에서는 보습과 각질용해 작용이 함께 나타나며, 더 민감한 부위에서는 고농도가 자극적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발뒤꿈치용 고함량 유레아 제품을 효과가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얼굴에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품이 얼굴용인지 바디용인지, 특정 각질 부위에 사용하도록 설계됐는지를 먼저 확인하세요.
발뒤꿈치에는 왜 고농도 유레아가 많이 보일까?
발뒤꿈치와 발바닥은 얼굴과 피부 환경이 상당히 다릅니다. 압력과 마찰을 반복해서 받는 데다 각질층이 두꺼워질 수 있어 일반적인 로션만으로는 거친 촉감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국소적인 과각화 부위에서는 30% 이상의 고농도 유레아가 각질을 부드럽게 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발이 갈라져 피가 나거나 염증이 있는 상태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유레아는 농도가 높아질수록 따갑거나 화끈거리는 자극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유레아 제형은 전반적으로 내약성이 좋은 편이지만 부작용은 고농도에서 더 흔한 것으로 보고됩니다. 따라서 손상된 피부에 고농도 제품을 임의로 반복 사용하기보다 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민감성 피부도 유레아를 사용할 수 있을까?
유레아라고 해서 민감성 피부가 반드시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농도 유레아는 건조 피부를 위한 보습제로 폭넓게 사용돼 왔으며, 저농도 제형은 일반적으로 내약성이 좋은 것으로 보고됩니다. 하지만 ‘피부에도 원래 존재하는 성분’이라는 사실이 모든 유레아 제품이 자극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농도가 높아지거나 피부 장벽이 심하게 손상돼 있으면 따가움이나 화끈거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완제품에 포함된 다른 성분에 반응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얼굴이 이미 붉고 화끈거리거나 피부염이 심한 상태라면 새로운 고함량 각질 관리 제품을 추가하기보다 현재 피부 상태를 먼저 안정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AHA·BHA와 함께 쓰면 각질 제거가 더 잘될까?
각질이 많다고 각질 관리 성분을 여러 개 겹쳐 사용하는 것이 항상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고농도 유레아 자체에도 각질을 부드럽게 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AHA·BHA, 레티노이드 등 자극 가능성이 있는 성분을 한꺼번에 사용하면 피부에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또 유레아는 다른 국소 성분의 피부 침투를 증가시키는 특성도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처방 외용제를 사용하고 있거나 피부질환을 치료 중이라면 고농도 유레아 제품을 임의로 추가하기보다 의료진이나 약사에게 함께 사용해도 되는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유레아 제품은 ‘성분명’보다 함량을 먼저 확인
유레아 제품을 고를 때는 우선 사용 목적을 생각해보세요. 일상적인 건조함과 보습이 목적이라면 저농도 제품을, 팔꿈치·무릎·발뒤꿈치처럼 각질이 두껍고 거친 부위를 관리하려면 해당 부위에 맞게 설계된 더 높은 농도의 제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민감한 부위일수록 고농도를 무조건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제품을 바른 뒤 계속 화끈거리거나 붉어지고 피부가 더 갈라진다면 ‘각질이 제거되는 과정’이라고 참고 계속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보습과 각질 관리, 유레아의 두 얼굴은 농도가 설명
유레아가 흥미로운 이유는 하나의 성분이 피부 상태와 농도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낮은 농도에서는 각질층의 수분을 유지하는 보습 작용이 중심이 되고, 농도가 높아지면 단단한 각질을 부드럽게 하는 작용이 강해집니다. 그래서 유레아 5% 보습크림과 고함량 발뒤꿈치 크림은 성분명이 같더라도 같은 목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이 아닙니다. 화장품 성분표에서 Urea를 발견했다면 ‘좋은 성분인가?’만 묻기보다 한 가지를 더 확인해보세요. “이 제품에는 어느 정도의 유레아가 들어 있고, 내 피부의 어느 부위를 위해 만들어졌을까?” 유레아는 바로 그 질문이 특히 중요한 성분입니다.